북한 북부 양강도의 산골 백암에서는 감자를 갈아 전분을 만듭니다. 감자를 그대로 팔아서는 손에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아, 온 가족이 매달려 전분을 만드는 집이 많습니다. 이렇게 만든 전분은 읍 시장에 나옵니다. 그러면 같은 도의 혜산 상인들이 사들여 화물차에 싣고, 중국에 내다 팔거나 식당에 넘기죠.
혜산은 압록강 건너편 중국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도시입니다. 1990년대 북한 당국의 식량 배급이 끊긴 뒤, 이곳 사람들은 강 건너에서 들여온 중국 물건을 팔아 살길을 찾았습니다. 그 물건을 배낭에 지고 다른 지역까지 팔러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주부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국영기업의 화물차를 빌려 도매에 나섰습니다. 여성은 운전면허를 따기 어려워 남성 운전기사를 따로 고용했죠.
설송아 작가의 '북한 지역경제' 두 번째 글은 전분을 만드는 백암과 그것을 실어 나르는 혜산, 두 지역을 차례로 들여다봅니다. 같은 전분인데, 만드는 집과 실어 나르는 상인의 벌이는 왜 이렇게 달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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