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월, 서울 명동성당 앞에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열세 명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앉았습니다. 손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때리지 마세요", "우리도 인간입니다." 저임금과 폭행에 시달리던 이들의 농성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한국 이주노동자 운동이 시작된 자리로 기록됩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사람들이 한국을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전후로 국경을 넘어온 북한이탈주민들이었죠. 오게 된 이유와 상황도 달랐지만, 국경을 넘어 낯선 사회 앞에 섰다는 점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행렬은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같은 광장에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같은 시기에 도착한 두 이야기는, 왜 한 번도 나란히 서지 못했을까요?
이주노동자 운동은 노동과 인권이라는 말을 통해 다른 시민운동과 이어지며 제도를 바꿔갔습니다. 북한 인권 이야기는 그와는 다른 길을 걸었죠. 같은 도시에서, 인권이라는 같은 말을 쓰면서도 두 흐름은 좀처럼 겹치지 않았습니다. 조경일 작가의 '북한인권' 시리즈 두 번째 글은, 지난 30년의 운동사를 시간의 축을 따라 되짚으며 이 어긋남을 들여다봅니다.
이 글에 담긴 진단과 평가는 조경일 작가 개인의 관점으로, 링크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여러 견해가 갈릴 수 있는 주제인 만큼, 하나의 ‘답’이 아닌 함께 생각해볼 하나의 ‘시선’으로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