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인터뷰 섭외가 들어오면 질문지가 함께 옵니다. 어떻게 넘어오셨는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가족은 어떻게 됐는지. 여기에 성실히 답하고 나면 자기 이야기는 늘 같은 모양의 그릇에 담긴다고 조경일 작가는 말합니다. 요즘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묻는 칸은 그 종이에 없었습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북한 인권은 주로 이 형식으로 세상에 전해졌습니다. 겪은 사람이 직접 말하는 증언이죠.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서울과 도쿄, 런던, 워싱턴에서 들은 증언은 북한의 인권 침해를 반인도범죄로 규정한 보고서가 되었고, 방송 스튜디오의 증언은 북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는 문이 되었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공적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다루는 방식은 지금과 달랐을 것입니다. 그 용기는 북한 인권 운동이 가진 가장 귀한 자산이고, 북한의 현실은 앞으로도 계속 말해져야 합니다.
작가는 이 점을 먼저 분명히 해 둔 뒤에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같은 형식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가 놓친 것은 없었을까요. 증언에 나선 사람은 가장 참혹한 기억을 무대마다 되풀이해 말해야 했고, 방송이 끝난 뒤에도 그 사람의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카메라는 인천공항 도착 부분에서 꺼지지만 사람의 삶은 정확히 거기서 시작된다고 작가는 적습니다.
조경일 작가의 '북한인권' 시리즈 세 번째 글입니다. 질문지가 바뀌면 시청자가 만나는 사람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글의 마지막에 제안하는 새 질문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