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 정착한 한 청년이 있습니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해 가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남은 혼란을 털어놓을 때면 그는 같은 말을 듣곤 했어요.
"그래도 넌 한국 왔잖아."
먼저 한국에 온 북한 출신 어른들이 건넨 말이었어요. 북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온 어른들에게, 한국 학교생활이 버겁다는 그의 고민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한국까지 왔으면 됐다는 그 말 앞에서, 그는 자기가 느낀 혼란을 혼란이라 불러도 되는지조차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마음속에 묻어 두었어요.
몇 해 뒤, 링크와 함께한 어느 무대에서 그는 수십 명 앞에 섰어요. 그리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습니다. 한국에 왔으니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 북한에 남은 가족보다 나은 처지이니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던 마음. 이야기를 마치자, 청중 한 분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어요.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아요."
오랫동안 혼자 감당해 온 마음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가닿았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바로 김설송님이에요. 지금은 링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죠. 얼마 전 렐프(링크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 스피치 콘테스트에서는 진행을 맡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했습니다.
진행을 맡은 그 무대에서, 설송님은 예전의 자신을 꼭 닮은 한 사람과 마주했어요.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일까.' 스스로도 쉽게 답하지 못했던 이 물음에, 설송님은 마침내 어떤 답을 찾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