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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봄이 오면 북한에서도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를 볼 수 있습니다. 노란 개나리가 핀 길가, 버들가지가 늘어진 공원, 탁 트인 바닷가에서 신랑과 신부가 포즈를 취합니다. 사진사는 "서로 마주 보며 웃어보세요"라고 말하고, 주변의 어른들과 아이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하고 정겨운 결혼식 풍경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북한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낯선 용어가 하나 숨어 있습니다.
'손오공'
북한의 2030 세대에게 이 말은 우리가 아는 그 손오공이 아닙니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 신랑에게 손전화(핸드폰)를 사주고, 신혼살림에 필요한 가구와 가전을 마련하고, 신랑의 대학 학비까지 부담하는 결혼 방식을 뜻합니다.
왜 이런 결혼 방식이 생겨났을까요?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는 배급이 무너졌고, 많은 여성이 장마당으로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역할이 커졌다고 해서 사회적 기회까지 함께 넓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돈은 여성이 벌었지만, 신분과 기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었습니다. 가사와 돌봄의 부담도 줄지 않았죠. 가족을 먹여 살리면서도 남편을 내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결혼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남성 중심의 기회 구조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그 구조 안에서 자신의 미래를 넓힐 방법을 찾는 것이죠. 이때 결혼은 단순한 순응도, 일방적인 희생도 아닌 현실적인 선택이 됩니다.
링크가 새로 공개하는 연재 시리즈 '설송아의 북한여성경제학', 그 첫 글은 결혼식의 한복과 사진 뒤에 놓인 질문을 따라갑니다. 북한 여성들은 왜 결혼을 '기획'하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선택은 주어진 구조를 견디는 방식일까요, 아니면 역이용하는 방식일까요.
이번 글은 그 질문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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